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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가봐도 남는게 없는 인사동?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들에 목말라하고 있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이룬 경제 성장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많은 것들을 잃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끔 TV나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한국적인 것들을 볼 때마다 낮익음 보다 낮설고 생소한 것들이 많은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치에서 일 것이다.

한국적임에 목말라 한 늦겨울 날씨가 조금 풀린 틈을 타서 인사동에 다녀왔다.

사실.. 한국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지난주 구입한 필름카메라 Eos-1hs 를 시험삼아 테스트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필자의 사진 취미는 헝그리이다. 남들처럼 비싼 최고급 디지털 카메라는 없다.
구닥다리 D60 과 20년 된 80-200mm L렌즈 하나. 5만원 주고 산 18-55mm 렌즈. ㅠ.ㅠ  그리고 30년이 다되가는
이번에 영입한 케논의 Eos-1hs 필름 카메라가 주력이다. )

아주 오래전 다녀왔던 인사동의 느낌은 한국적인 냄새를 맘껏 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무작정 인사동으로 차를 돌렸다.

날씨가 많이 풀린 탓인지 인사동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필자와 함께 인사동을 찾은 딸 아이와 아들 녀석  역시 신기한? 옛 물건들을 구경하며
이리 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녀석들의 해맑은 모습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필자는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등 뒤에서 누군가말을 걸어 오는게 아닌가?


점원 : " 저기요?  여기서 사진 찍으시면 안되는데요?? "

 필자 : " 녜?? " (어리둥절해서)

점원 : 눈을 부릅뜨며...  " 물건 사진들 찍지 마시라고요! "



상황을 보아 하니 아이들이 물건을 구경하는 샵의 주인인 듯 하신 분이,
필자가 제품들의 사진을 찍는 줄 알고 사진을 마음데로 찍지 말라고 이야기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필자는 그 점원 분에게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 : "저기요.. 물건(제품)의 사진을 찍은게 아니라, 제 아이들의 사진을 찍은거거든요~
             불편을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그만 돌아가지요"


라고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 점원 분이 필자의 어깨를 툭 치는게 아닌가..

점원 : " 거 사진 지우시죠? "

음.. 필자의 카메라는 EOS-1hs . 즉, 프로용 " 필름 " 카메라였다. 
그 점원은 아마도 필자의 카메라를 디지털 카메라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필자 : "저기요.. 죄송한데.. 제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여서요.. 제품사진을 찍은 것 도 아니고 아이들을 찍었는데
            그만 하시죠.. 애들도 보고 있는데... "



필자는 좋게 좋게 상황을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그 점원은 그 상황을 마무리 하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점원 : "필름 카메라요? 마음데로 사진을 찍어 놓고 배 째시네.. 물건도 하나 안사면서 사진은 무슨...."


말꼬리를 흐리는 가게의 점원. 아마도 물건을 사라는 무언의 압력이지 싶었다.

결국 필자는 상황을 더이상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 하나를
천원에 지불하고 구매한 후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사실. 남에 장사하는 샵 앞에서 사진을 찍은 잘못은 있지만, 샵 안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은게 그리 잘못한 일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각 샵마다 간판에 써 있는 표지판.


"사진을 찍지 마시오.  ( Do not take a picture ) "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표지판이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거의 한번씩 들르게 되는 곳이 인사동이라고 하는데
결국 인사동에 들른 외국인들은 사진한장 제대로 찍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필자가 예전에 갔던 대만과 일본, 괌에서 점원들이 함께 포즈까지 취해주며 사진을 찍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자와 함께 포즈까지 취해주며 사진을 찍어주던 외국의 한 상점 점원]


결국 외국인이든 한국 사람이든 인사동을 다녀오고 기념품이 없다면,
시간이 갈수록 인사동은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저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사동 쌈지길의 '벽' 을 찍은 사진.   인사동에서 찍은 사진이 이것 밖에.. ㅠ.ㅠ]


인사동의 가게들이 자신들의 가게에 물건들을 보호? 하기 위해 이같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 하지만,
오히려 샵의 전경이나, 샵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에 대한 사진 촬영을 완전히 개방한다면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은 내방자를 확보하게 되어 수익을 올리는데 더 좋은 효과를 엊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리고,
당분간 인사동은 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도......